1408 결말
이 영화는 일반상영판과 감독판 두 가지가 있습니다.
보통 보신 분들은 일반상영판의 결말만을 보셨을 텐데요, 감독판은 결말이 완전히 다르니 찾아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본 포스팅에선 두 가지 결말을 다 다루어 볼텐데 알고 영화를 보면 재미가 반감되니(그래도 여전히 재밌긴 하지만) 영화를 아직 안보신 분들은 처음부터 천천히 정주행하고 오시는 게 더 좋아요.
1408은 존 쿠삭과 사무엘 L. 잭슨 주연의 영화이며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입니다. 스티븐 킹 원작이라 일정정도 이상의 재미는 보장하고 더구나 두 주연배우들도 재미를 보장하는 영화라 이 조합으로 호러영화가 나왔다는 건 사실 엄청난 축복인 작품이었죠. 영화 제목이기도 한 1408은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돌핀 호텔의 14층의 8번방 객실을 뜻합니다. 1+4+0+8 을 모두 더하면 서양에선 악마의 숫자라고 알려진 13이 되기도 하구요.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메인스토리도 매력적이지만 그보단 오히려 작은 호텔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루하지 않게 작은 폐쇄된 공간이란 장점을 살리면서 여러 디테일한 요소들을 상당히 매력적으로 살려놓았기 때문이예요.
원래 가장 재밌는 호러 스릴러 무비는 협소한 공간에 갇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죠. 그렇지만 보통 시도를 못하는 건 모 아니면 도이기 때문. 잘 만들면 정말 재밌고 이런 분위기의 매니아층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일정흥행은 무조건 보장되지만, 못 만들면 정말 폭망할 수도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래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디테일은 존 쿠삭이 완전히 영하의 날씨에서 벌벌 떨며(배경은 여전히 호텔방입니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장면과
한병에 800불짜리 꼬냑을 권하면서 사무엘 잭슨의 익스퀴지트 라고 하는 부분.
이외에도 상당히 여러 부분들을 매력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어요. 아주 자잘한 부분도 디테일에 공들인 것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이제 모두가 궁금해하는 일반판과 감독판의 결말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 정도면 스포당할 것 같은 분들이 이미 나가셨을 충분한 길이의 포스팅을 한것 같네요^^
먼저 일반판은 존 쿠삭이 1408을 탈출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감독판과 일반판 모두 동일한 점은 존 쿠삭이 1408을 나가기 위해서 + 1408의 악마를 쫓아내기 위해서 거의 자포자기로 그리고 마지막 자존심을 건 발악으로 초반에 받았던 그 익스퀴지트한 꼬냑으로 호텔방에 불을 지르게 된다는 것.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실재는 자신이 1408호에 들어오기 전에 받았던 그 꼬냑과 흡연을 하지 않음에도 항상 들고 다니던 담대 한개피와 지포라이터 뿐이었거든요.
감독판과 일반판이 차이가 나는 점은 불을 지른 후 소방관들에게 구출되는 엔딩이 일반판, 그리고 감독판에선 구출되지 못하고 그대로 타죽게 되는 엔딩이라는 점이 첫번째예요.
소방관들에게 구출되는 엔딩에선 존 쿠삭은 결국 그렇게 원하던 전 와이프와 재결합을 하게 되고, 이삿짐을 정리하던 과정에서 1408에 실제로 케이티가 있었다는 것을(케이티는 예전에 죽은 존 쿠삭의 딸입니다. 딸의 죽음으로 와이프와도 갈라서게 되었었고 작가생활도 큰 타격을 받게 되었었지요.) 항상 소지하고 다니던 반쯤 탄 보이스 레코더를 통해 와이프와 함께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화들짝 놀란 와이프와, 의미심장한 존 쿠삭의 표정으로 영화는 엔딩을 맞이하게 되어요. 즉 1408엔 소문대로, 그리고 존 쿠삭이 소문을 듣고 방문했던 장소들 중 유일하게 그 소문이 사실이었던 것이죠. 정말로 귀신이 들린 곳이었던 것.
감독판 엔딩은 위 일반판의 녹음기를 발견하는 것이 사무엘 잭슨이란 점이 다르게 됩니다. 존 쿠삭은 죽은 후 불타버린 1408에서 딸 케이티와 함께 유령으로 함께 살게 되고, 이 사실을 아는 것은 일반판에선 존 쿠삭과 그의 아내였지만, 감독판에선 존 쿠삭과 사무엘 잭슨 두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사무엘 잭슨도 처음엔 귀신이란 걸 믿지 않았지만 그 녹음기를 통해서 귀신이란게 있고 사후세계란게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녹음기를 존 쿠삭의 전 와이프에게 전해주려 하지만 거부당하고 혼자서 가지고 있게 됩니다.
결국 엔딩은 어느 쪽으로든 귀신의 존재, 그리고 그 관문으로서 작동하는 돌핀호텔 1408호 라는 공간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어요. 요즘 이런 영화의 가장 핫한 트렌드는 귀신이란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왜 우리가 그렇게 믿어왔던 것인가를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하면서 나아가는 것인데 그 트렌드와는 맞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큰 공감을 하진 못한 엔딩이지만(감독판 일반판 어느 쪽이든간에) 그런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아서 오히려 독특한 매력이 있는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